완벽한 70년대 레트로 무드, 르노 콘셉트카 Ora’Ito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4.09.09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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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가 오랜만에 콘셉트카를 내놓았다. 그런데 이 차는 전혀 미래지향적이지 않다. 오히려 70년대로 회귀한 분위기다. 유일하게 현대적인 기술이라면 그저 270마력의 전동화 파워트레인뿐이다.

 

비록 그 시대에 태어나지 않았고, 따라서 당연히 그 시대의 자동차를 경험해 보지 못했다고 해도 오늘날 젊은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70년대 스타일링이 재평가 받고 있는 분위기다. 요즘 자동차에서는 볼 수 없는 사각형을 강조한 익스테리어부터 아날로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인테리어까지, 분명 그들에게는 낯선 형태와 분위기지만 오히려 그것 때문에 차별화된다 느끼는 모양이다. 만약 이 글을 보고 있는 사람들 중 70년대 자동차 스타일에 심취한 사람이 있다면 르노의 새 콘셉트카에게도 분명 애정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르노는 1970년대 출시했던 패스트백 쿠페, R17 TL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리디자인한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우선 스타일부터 완벽히 70년대 무드다. 쐐기 모양의 형태에 정확히 사각형으로 그려진 얼굴 그리고 군더더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보닛과 도어, C 필러에 낸 여러 개의 에어 벤트와 미끄러지듯 떨어지는 루프 라인 등이 그 시대의 분위기를 완벽히 빼닮았다.

 

 

이런 분위기는 실내로 이어진다. 사각형의 얇은 림을 가진 스티어링 휠은 과연 어디에 에어백이 들어갈 수 있을까 라는 현대적인 걱정을 불러일으키지만, 에어백이 의무가 아니었던 그 시절의 뭔가 모르게 아름다웠던 분위기만큼은 그대로 닮아있다. 스티어링 휠 너머에 있는, 비효율적으로 배치된 네 개의 게이지도 정확히 그 시절 감각이다.

 

 

물론 모든 부분이 70년대 분위기를 따르고 있는 건 아니다. 적어도 구현된 기술만큼은 현대적이다. 예를 들어 LED를 적용해 더 가늘고 섬세하게 표현한 헤드램프가 대표적이다. 지나치게 얇아서 도저히 제 기능을 할 수 없을 것 같은 사이드미러도 사실은 카메라 모듈이다. 엄밀히 말해 콘셉트카인 만큼 사이드미러 따위는 없어도 그만이지만 그래도 스타일의 완성을 위해 얇은 사각형으로 표현했다는 점이 제법 센스 넘치는 부분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휠 디자인으로 완전히 꽉 막힌 디쉬 타입의 휠이다. 브레이크 과열을 걱정할 수밖에 없지만 그나마 안심인 것은 이 차가 내연 기관이 아닌 전기차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회생제동을 이용한다면 브레이크 과열을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실내에도 몇 가지 현대적인 기술들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비효율적으로 뿌려놓은 네 개의 계기반은 사실 디지털 디스플레이다. 감싸고 있는 케이스 자체는 어디선가 본 듯하지만 적어도 안을 비추는 그래픽만큼은 무척 모던하며 또 감각적이다.

 

 

버튼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센터페시아에도 제법 커다란 크기의 디스플레이가 자리 잡았다. 우선 공개된 사진에서는 단순히 시간을 표시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보이는데, 그래도 다행스러운 점은 시계 디자인이 무척 감각적이라는 것이다. 웨어러블 워치의 워치 페이스로 써도 좋을 만큼 예쁜 그래픽이라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인상적인 부분은 파워트레인이다. 일단 270마력의 출력을 생산할 수 있다고 소개했는데, 이 정도면 1970년대 오리지널 R17 TL에 비해 몇 배나 강력하다. 그리고 한 번 충전에 WLTP 기준 약 400km 가량을 주행할 수 있다고 한다. 최근 클래식카에 전동화 작업을 더해 생명력을 연장시키는 사례들이 제법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이 디자인도 지금 당장 출시한다고 해서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이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물론, 레트로 무드에 흠뻑 빠진 젊은 세대들에게도 꽤 인기를 끌 것 같은 디자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르노는 이 콘셉트카를 양산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르노에게 좀 더 용기를 내어보라 이야기해 주고 싶다. 자신들의 경쟁 브랜드인 현대자동차가 이미 아이오닉 5를 선보이며 레트로 감성과 현대적 기술의 조합이 시장에서 꽤 잘 먹힌다는 걸 증명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현대자동차는 N 비전 74를 양산할 계획까지 발표했으니, 르노도 그 시절 분위기의 아름다운 디자인을 그저 보여주기 용으로만 소비하지 말고 양산화를 진지하게 검토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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